[Home] [로그인] [회원가입] [english version]
 

 

 
소.식.란
     총회공지
     총회소식
     노회소식
     교회소식
     구인/구직
     포토갤러리

 

 
작성일 : 18-05-18 20:03
생명의 선물, 남긴 사랑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93  

                        생명의 선물, 남긴 사랑 

 

                                                             김 윤 희 집사
                                                            (주님세운교회)


  꽃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던 날, 나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위해 로즈 힐 공원묘지로 향했다. 나지막한 산언덕에 드넓게 자리를 잡은 묘역은 양지가 바르고 멀리 엘에이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풍수지리의 묘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내 눈에도 명당자리처럼 아늑하고 평온해 보였다.

 

  옷깃을 여미며 조문객들을 뒤따라 스카이 채플로 들어섰다. 단아한 미소를 머금은 고인의 영정과 생전의 모습들을 담은 영상이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평소에 말수가 적고 온화한 성품을 지녔던 그녀는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수줍은 미소로 눈인사를 건네곤 하던 교회 내 한 구역식구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는 부쩍 잦아진 두통과 급급히 진행되는 시력감퇴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았다. 석 달 가까이 투명생활을 하다가 뇌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뇌사상태로 열흘도 버티지 못하고 향년 서른아홉을 일기로 소천 했다.

 

  아무리 천국의 소망을 갖고 사는 인생이라 하지만 백세인생 시대를 지척에 둔 요즘 세상에 반백년도 채우지 못하고 허망하게 이승을 하직한 젊은 영혼 앞에 모두가 망연자실 우두커니 선 채 눈물만 훔쳤다.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어린자녀와 졸지에 배우자를 잃은 남편, 딸자식을 앞서 보낸 노부모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조차 선뜻 건넬 수가 없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담임목사님의 집례로 천국환송예배가 시작 되었고 고인의 여동생이 애통함을 애써 억누르며 차분히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녀는 죽음을 예감했는지 수술실 입실을 앞두고 자신이 깨어나지 못할 경우 장기기증을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평소 배려심이 남달랐던 그녀다운 결단이었다. 가족들은 고인의 유음과 의사의 권유에 따라 수 십 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살신성인이 아닌가. 생명부지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베풀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고결한 헌신은 세상에 빛이 된 것이다.

 

  그녀의 삶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한 그루의 나무와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푸른 잎으로 세상을 시원하게 해주고 열매도 맺어 누군가의 기쁨이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벌목을 당한 그런 나무와 닮았다. 나무는 베임을 당해도 인간의 생활용품으로 태어난다. 장롱이나 반닫이 ,식탁이나 의자 등, 그 무엇 하나도 버려지는 것 없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끝나는 것 같지만 영생을 얻으며 사라지지 않는 것이 나무의 본질인 것이다.

 

  애써 내 자신을 추스르려 해도 귀갓길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녀와 마지막 이별을 고했는데도 마음으로는 그녀를 보내지지가 않았다. 그녀가 세상을 사랑한 만큼 나는 과연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여태껏 나는 남들에게 무얼 베풀며 살았던가. 이웃과 무엇을 나누었던가. 세상을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였던가. 아무리 씹고 곱씹어 보아도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걸핏하면 세치 혀를 놀려 사랑을 말하곤 하지만 얼마큼 진정한 마음을 담았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가을햇살이 눈부시던 날 그녀는 떠났다. 석별의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선 지가 마치 엊그제만 같은데 지금은 겨울문턱에 들어선 가로수에 낙엽이 떨어진다.

시간은 촌음도 지체하지 않는다더니 기쁨과 슬픔 모두 거두며 쉬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계바늘이 언제 어느 시점에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불투명한 인생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까지 나는 과연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가을햇살 같은 미소를 짓던 그녀의 빈자리는 여전히 아픔이지만 세상에 향기로 남아 있을 그녀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힘차게 뛰고 있을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그리움으로 남아 귓전에 맴돈다.

 

    

 


 
   
 



 

 

관리자: 장세일 목사,__303 Master Derby Drive Havre de Grace, MD 21078
실무자: 김정길 간사